“사람들이 약국 가격을 쇼핑하듯 비교하는 시대, 위고비 현상은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다.”
탈모약 거리에서 위고비 메카로…왜 종로인가?
2025년 5월, 서울 종로5가역 일대. 저녁이 되자 병원과 약국 앞에는 긴 대기줄이 형성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처방받기 위해 방문했다는 점이다. 일부 약국은 “위고비 대량 입고”라는 문구를 붙였고, 병원은 진료 마감 이후까지 환자들이 대기하는 모습이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국 소비자들이 건강 관리와 의료 소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종로는 과거 탈모약으로 유명했던 약국 밀집 지역이었으나, 최근에는 위고비 처방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8만 원가량 저렴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성지’로 변모하고 있다.
의료 소비가 자기 관리 소비로 전환되고 있다
위고비는 노보 노디스크에서 개발한 GLP-1 기반 비만 치료 주사제로, 원래는 고도비만 환자의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을 위한 전문의약품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다이어트와 외모 관리 목적의 ‘라이프스타일 의약품’으로 인식되며 소비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약을 통한 치료를 넘어, 자기관리의 일환으로서 약을 소비하는 새로운 패턴을 의미한다. 외모와 체중 관리가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사회에서 위고비는 일종의 투자 수단처럼 여겨지고 있다.
위고비 매출, 한 달 사이 500% 폭증
위고비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블루엠텍에 따르면, 2025년 4월 한 달간 유통된 위고비는 약 60억 원 규모로, 전월 대비 5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실질적인 시장 수요 증가를 반영한다.
대한비만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인 5명 중 2명이 비만이며, 초고도비만 유병률은 10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위고비는 단순한 처방약이 아니라, 급변하는 건강 시장의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약국도 이제 비교하고 쇼핑하는 시대
현대 소비자들은 약국을 단순한 약 구매처로 보지 않는다. SNS 후기, 약값 비교 플랫폼, 유튜브 경험담을 통해 가장 효과적이고 저렴한 약국을 선택한다.
종로에서는 위고비가 40만~42만 5000원에 판매되는 반면, 타 지역은 45만~5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이로 인해 ‘퇴근 후 위고비를 사러 가는’ 이른바 ‘퇴근런’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소비 양상이 변하고 있다.
유명인의 후기 효과, 소비를 정당화하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위고비와 간헐적 단식으로 14kg 감량했다고 밝혔고, 국내 유튜버 빠니보틀 역시 10kg 감량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유명인의 후기는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며, 의약품 소비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존재한다. 빠니보틀은 복용 이후 울렁거림 증상이 계속되었다고 SNS에 공유했으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약물은 보조 수단일 뿐 식이 조절과 운동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와 라이프스타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중
위고비 열풍은 단순한 다이어트 유행이 아니다. 이는 의료 소비가 외모 관리, 자기 투자, 사회적 경쟁력 확보와 맞물려 라이프스타일 소비로 전환되고 있다는 현상이다.
제약 산업도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에 주목하고 있으며, 앞으로 의료 제품은 ‘치료’가 아닌 ‘선택’의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위고비를 통해 나타나는 의료 소비의 구조적 변화다.
결론: 위고비는 오늘날 소비경제의 축소판이다
종로의 ‘위고비 성지’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소비자들이 건강과 외모, 가격과 이미지, 경쟁력과 자기 효능감 사이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를 보여주는 실질적 사례다.
이제 약은 치료제가 아닌, 소비자 판단의 경제적 결과물이다. 위고비는 이 흐름을 대표하는 상징이며, 앞으로 약국 산업과 헬스케어 시장의 진화를 가늠할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